주니어 개발자의 2020년 회고
당장 공부하고 진행해야할 프로젝트나 스터디가 있지만, 2020년을 되돌아보는것이 앞으로 있어서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2020년 회고를 하기로 했다.
올 해는 나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던 해였다. 많은 실망이 있었고, 그 실망이 나의 견문을 넓혀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견문이 넓혀지면서 다시 또 아쉬움이 생기고 또 다시 많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연초
진행중이던 프로젝트에서 전체 회식이 있었고, 팀장님은 정말 감사하게도 회식 자리에서 나를 과장급 인력이라고 소개해주셨다. 다른 PL분들한테서도 일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고 자존감 뿜뿜하면서 퇴근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사용하는 툴로 진행한 프로젝트인데 큰 문제 없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어 정말 다행이다.
그 이후에는 새로 입사한 사원들의 교육을 진행했다. 3주간에 걸쳐 교육을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기초가 부족한 분들이 많아 놀랐다. 혹시라도 꼰대처럼 하는 건 아닐까 많이 걱정하고 되돌아보면서 교육을 했는데, 교육 이후 다음에 또 교육을 듣고 싶다고 하는 직원들이 있어 보람있던 일이었다.
다만, 교육 방식에 있어서는 좀 더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나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인 교육외에 추가로 알아야할 내용을 스스로 학습하길 바라기 때문에, 그 내용을 과제로 내주고 과제 중 질문을 받아 다음 교육에서 리뷰를 했다. 그런데 과제라던가 교육 방식에 어려움을 겪는 인원이 매 교육마다 있었다.
아직 시니어를 바라볼 연차나 나이는 아니지만, 나중에 내 팀에 팀원 중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리드를 해야할지 고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중
연봉 협상이 있었다. 연봉은 내가 원하는 만큼 인상이 되었지만, 다른 부분에서 좀 충격이 있어 고민의 시작이 되었던 시기였다. 면담도 요청해 3시간 정도 면담을 진행했지만 바뀌는게 없었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연차를 쓰고 속초로 나홀로 투어를 떠났다.
해변을 걸으면서 입사할 때부터 그 날까지의 회사 생활을 회고를 했고, 이직을 결정했다. 글로 적어서 좀 충동적으로 결정한 것 처럼 보일 수 있는데, 이직을 결심한 이유는 아래와 같았다.
- 백엔드 개발에 좀 더 집중하고 싶었다.
- 좀 더 높은 수준의 동료들과 일해보고 싶었다.
- SI가 아닌 서비스 기업에서 자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신규 기능을 개발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 연봉 협상 과정에서 있던 충격
이직을 결심하고, 더 옛날에 퇴사하신 전 팀장님께 연락을 드리고 만났다. 갑작스럽고 무례한 연락이었지만, 감사하게도 흔쾌히 받아주셔서 아직까지도 정말 감사한 분이시다.
그 분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같은 개발자로서 충고도 들었다. 보통의 사람들이 서운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왜냐면 나한테 필요한건 ‘잘 될거야’ 같은 위로나 응원이 아니라 내가 결심한 목표에 있는 장애물이나 문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나중에 이 분과 같은 시니어가 되어 나같은 주니어를 돕고 싶어졌다.
만남 이후에는 바로 이직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에 앞서, 구직 사이트(사람인, 인프런)를 돌아다니면서 요즘 백엔드 개발자들에게 요구하는 기술, 자격 요건을 수집했다. 그리고 인프런에서 관련 강의를 하나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한 내용은 최대한 블로그에 포스팅했고, 깃허브는 1일 1커밋을 목표로했다.
블로그 포스트에도 많지는 않지만 댓글이 달렸고(정말 감사합니다.), 전날 공부한 내용과 깃허브, 댓글을 보면서 보람을 많이 느꼈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주니어 개발자분들이 계시다면, 당장 블로그와 깃허브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연말
공부한 내용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기로 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는 항상 어떤걸 만들지가 고민인데, 이번엔 실제 서비스까지 해보고 싶어서 어머니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기로 했다. 트래픽 부분에서는 약간 아쉽긴 하지만, 반대로 다른 서비스를 만들어도 트래픽이 높게 나올 거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만족하기로 했다.
- 기존에 무료 POS 프로그램과 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중이어서, 일부 데이터를 제외하고는 기존 데이터를 마이그레이션 할 수 있었다.
- 어찌됬든 가족이 사용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서비스 장애나 신규 개발 등에 좀 더 양해를 구할 수 있었다.
- 유의미한 데이터가 계속해서 쌓이기 때문에 이후 추가적인 기능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 트래픽이 많지 않아 내가 가지고있는 개인 서버에서도 충분히 서비스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이렇게, 퇴근후부터 자기 전까지, 그리고 주말은 항상 공부를 했다.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습관처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서 여러 세미나가 온라인으로 진행이되어서(웨비나) 덕분에 많은 세미나를 참석할 수 있었다. 모든 세미나의 후기를 포스팅하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많은 세미나를 참석해서 만족했다. 비록 내용을 전부 이해는 못해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 않던가.
- 네이버 오픈 클래스
- AWS Builders 9월 정기 웨비나
- DEVIEW 2020
- Reveal 2020
- 우아콘 2020
- 표준프레임워크 오픈커뮤니티 10주년 기념 세미나
그리고, 백기선님께서 진행하시는 Java 라이브 스터디도 참여했다. 이미 알고있는 내용도 있었지만, 다시 공부하면서 몰랐던 내용도 알게되었고, 무엇보다 같이 공부하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이직보다는 모르는 것을 알게된 기쁨(?) 같은게 느껴졌고, ‘난 이미 우물안의 개구리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더 일찍 공부하지 않았을까? 지금도 퇴근후에 시간내서 공부하는데 왜 그 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고 생각했을까? 많은 반성이 있었다.
고민이 정말 많은 한 해였지만, 고민 끝에 좋은 결정을 해준 과거의 나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해야할 것은 산더미지만, 작년의 경험이 올해의 나에게 이야기 해주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겁먹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