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이직기 - 3년차 개발자
올해 4월, 제가 개발자로서 삶의 처음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곧 이직한 지 만으로 한 달이 되기 때문에 이직을 결심한 이유와 과정, 이직 후 한 달간의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합니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으로 작성하려고 노력했지만, 나의 이직기이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글 쓰는 재주는 도무지 늘지 않아서... 인터뷰하듯이 편하게 편하게 써봤습니다.
이직을 결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첫째로 제가 업무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지 못했고, 둘째로 제 스스로 성장이 멈추기 시작했다고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처우에 대한 저와 회사의 견해차가 예상보다 컸던 점이 있었습니다.
업무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지 못했다는 부분을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어요?
이전 회사에서 3년 정도 일하면서 여러 프로젝트와 교육들을 진행했었습니다.
입사 후 2년 동안 이런저런 기능도 개발하고, 여러 직원들도 교육하고 프로젝트를 수행했는데, 3년차가 돼서 돌아보니 그동안 제가 예상하고 목표로 했던 결과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더라고요.
제가 추가하고 개발한 공통 기능들은 사용하는 개발팀에 맞춰 항상 무리한 변경 요청이 들어와 저희 팀 일정에 지장을 줬고, 변경 요청을 거절할 때마다 개발팀과의 마찰이 있었습니다. 전체적인 사내 분위기가 '모르는걸 어떻게 하냐', '너희 팀에서 우리가 모르는 부분을 커버하면 되는 거 아니냐' 식의 분위기가 조성이 돼서, 교육을 여러 차례 진행해도 결국에 남는 것은 없었죠. 같이 공부하려는 사람도 없었구요.
2년 동안 제가 기대하며 했던 업무들이 이렇게 돌아오니, 내가 뭘 더 하더라도 바뀌지 않겠구나 싶더라고요.
벼룩과 유리컵 일화처럼, 제가 이런 무기력에 익숙해질까 걱정됐습니다.
그렇다면 스스로 성장이 멈추기 시작했다고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전 회사는 기존의 프레임워크와 이전 프로젝트의 소스를 가져다가 다음 프로젝트에서 그대로 사용해 생산성을 극대화 시키는 프로세스였습니다. 사업적으로도 괜찮은 방법이었고, 직원의 입장에서는 한 번 핵심 비즈니스 로직을 이해하면 앞으로 프로젝트에서는 문제가 없어서 괜찮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분위기가 이런 프로세스를 만나다보니 신기술이나 트렌드에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더라구요.
저같은 경우에는 어느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도커와 쿠버네티스, MSA를 접하게 되면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는 들어본적도 없는 것들이었는데 나온지도 꽤 됬고, 여러 기업들에서도 사용중이라고 하니까 제가 굉장히 뒤쳐졌구나 싶었거든요.
이직 과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직을 결심하고 바로 인프런 강의도 결제하고, 만들고 방치해놨던 깃허브 계정부터 로그인했습니다. 그리고 공부하면서 작성한 코드들은 깃허브에 푸시하고, 내용은 정리해서 블로그에 포스팅했어요.
이직 준비 기간은 8개월 정도 걸렸던것 같아요. 8개월 동안 제 하루는 온통 코딩이었어요ㅎㅎ
시간 | 평일 | 주말 |
09:00 ~ 13:00 | 회사 | 수면 |
13:00 ~ 18:00 | 회사 | 인프런 / 개인 프로젝트 |
18:00 ~ 20:00 | 퇴근 및 저녁 식사, 집안일 | |
20:00 ~ 23:00 | 개인 프로젝트 |
물론 처음부터 저런 스케쥴로 이직 준비를 한건 아니지만, 공부가 또 하다보니까 몰랐던걸 알게되는 기쁨이 좋더라구요. 그래서 힘든데 힘들진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 싶을 때부터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티드와 프로그래머스로 이력서를 작성했는데, 이유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 이력서가 심플하고 업무와 경력에 관한 내용만 입력하면 됬습니다.
- 자기소개서나 제 기준에서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항목이 없어서 작문 능력이 없는 제게 플러스 요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구인 공고가 올라오는 기업이 다른 구인 사이트보다 더 좋은 편이었습니다.(개인적인 견해입니다.)
- 채용 보상금이 있습니다.(
돈미새)
그렇게 세 군데 기업에 이력서를 냈고, 제가 정한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곳으로 이직을 하게되었습니다.
이직 시 정한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간단하면서 어려운 기준이었습니다. 연봉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기 때문에 제외했습니다.
- 백엔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곳인지
- 내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인지
- 좋은 시니어와 같이 일할 수 있는 곳인지
- 동료들의 수준이 재직중인 회사보다 나은 곳인지
- 개발자의 성장, 복지에 투자하는 곳인지
- 비포괄임금제(혐괄임금제....ㅡㅡ)
- 서울 또는 수도권인지
-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는 회사인지
- 기본적인 체계가 잡혀있는 회사인지(인사 등등)
운이 좋게도, 이번에 이직한 회사는 대부분의 기준을 만족해 합격 통지를 받자마자 바로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합격 통지 이후에도 다른 회사 세 곳에서 면접 제안이 왔는데, 거절했습니다.
만약에 이직 실패했으면 어쩌려고 하셨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직에 실패했어도 퇴사했을 것 같아요. 퇴사 전 3개월정도는 정말로 시간을 돈으로 교환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래서 회사 동기들이나 친구들, 가족들에게도 미리 말해뒀었어요. 이직 실패하면 백수로 1년정도 공부하면서 쉬고싶다고.
고맙게도 주변 모두가 응원해주고 지켜봐줘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