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발표를 하게 되었을까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매년 NHN FORWARD라는 기술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행사 사이트를 개발하는 스태프로 참여했었는데, 행사를 준비하면서 저도 언젠가는 발표자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을 까맣게 잊은채 8월이 되었고, 사내 시스템에 발표자를 모집하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업무가 바빠 공지를 제대로 확인도 못하고 일하고 있는 그때, 팀장님께서 DM을 주셨습니다.
🧑🏻 : 전에 하시던 데이터 수집. 정리해서 발표해보시는 게 어때요?
👶🏻 : 헉;;
막연히 언젠가 발표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발표할만한 소재인지 확신이 없었고, 잘 해낼 자신도 없었거든요. 게다가 재작년, 작년과 달리 올해는 오프라인으로 개최되기 때문에 부담감이 더더욱 컸습니다.
긴 고민 끝에, 망하더라도 도전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사실 망하면 안됩니다). 학생 때 자주 봤던 동영상이 생각났거든요.
(벌써 업로드된 지 8년이 된 영상이네요)
성공의 반대는 뭡니까? 실패입니까? 도전하지 않는거죠.
발표를 준비하며
간략한 발표 내용과 목차를 정하고, 발표자 신청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2주 후에 발표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발표자 선정 메일을 받았을 때 느낌은... 기쁜데 일이 점점 커진다... 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매일 짬 내서 발표 초안을 작성하고, 피드백도 받아보고, 수정하는 것의 연속이었습니다.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40분 분량을 채울 수 있을까?", "내가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는 건 아닐까?", "과연 이걸 보고 이해가 될까?", "지루한 내용은 아닐까?"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많은 도움을 주신 팀장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발표 자료를 준비하면서 중점적으로 염두를 했던 것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슬라이드에 내용을 줄줄 쓰지 않기
- 흥미를 끌 수 있는 자료 사용하기
- 하나의 슬라이드에서 너무 많은 내용을 설명하지 않기
- 슬라이드 내용을 읽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내용을 요약한 것이 슬라이드에 포함되게 하기
- 구어체를 활용해서 스토리 텔링 하기
- 코드 레벨 X
11월이 되고, 작성된 초안으로 교수법 교육을 받았습니다.
하루 종일 프레젠테이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받았는데요. 실제 발표장도 아닌 회사에서도 무대에 오르자 미친 듯이 긴장이 되었습니다. 준비했던 내용은 생각나지 않고, 대사를 외운 로봇처럼 말하게 되더라고요. 게다가 같이 교육받은 분들이 모두 발표를 너무 잘하셔서 더 주눅이 들었습니다. 😭
교육은 발표하는 모습과 피드백을 동영상으로 촬영했고, 피드백을 받은 내용을 개선해 다시 발표하는 모습을 촬영했습니다.
발표하면서는 몰랐는데, 말에 감정이 완전히 빠져있어 스토리 텔링이 밋밋하다는 피드백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내용이 지루하지 않아 재밌다는 피드백은 완전 감동이었구요.
발표 자료가 준비된 뒤에는 교수법 교육 때 촬영한 영상도 돌려보고, 집에서 혼자 발표하는 모습을 촬영해보면서 연습했습니다.
그렇게 발표날까지 쉬어도 쉬는 게 아닌 나날을 보냈습니다.
발표 날
드디어 그날이 왔습니다.
행사가 시작되었고,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오셔서 행사장을 가득 메워주셨습니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깜짝 놀랐고, 안 그래도 긴장하고 있었는데 더 긴장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로 오전 리허설에 참가했습니다.
제가 발표할 트랙은 6번 트랙이었는데 다른 트랙들보다는 약간 작은 공간이었습니다. 사전에 사내에서 각 세션별 관심도를 조사를 했는데, 그중에서 다른 세션보다는 관심을 덜 받아서 이 트랙으로 배정을 받은 것 같습니다.
(어그로를 잘 끌어야 합니다... 저는 몰랐어요)
작은 공간이었지만 막상 포디움에서 발표를 해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더 큰 트랙에서 발표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떨릴지 가늠이 되지도 않더라구요. 그렇게 20분 동안 간략하게 리허설을 하고 다른 트랙과 부스를 구경하기 위해 5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오더니 꽃 배달이 왔다고 어디냐고 물어봅니다. 갑자기?
그리고 5층 트랙 앞에 우두커니 솟아있는 화환을 발견했습니다.
화환 띠를 보니 발표자 초대 티켓을 줬던 친구가 보내준 화환이었습니다. 거기서 아무도 화환을 받은 사람이 없는데 저 혼자 갑자기 받아서 리허설할 때보다 더 떨리더라구요. 굉장히 놀라고 수치스러운 상태에서 행사 진행을 담당하시는 수석님께서 공간이 지금 혼잡하니 폐백실로 일단 옮겨두자고 하셔서 옮겨두었습니다.
옮겨놓고 사진 한 번 찍고 나니 수치스럽기보다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기도 하고, 진짜로 보내기도 쉽지 않겠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근데 나중에 이 친구에게 말하니까 수치스러워하라고 보낸 거라고 하더라구요.
어쨌든, 시간이 흘러 흘러 제가 발표를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앞 차례 발표가 끝나고 휴식 시간에 트랙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었는데요, 너무 긴장돼서 다리가 덜덜 떨렸습니다.
대기하던 중에 팀원분들이 응원하러 와주셔서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 휴식 시간 20분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할 수 있다", "별거 아니다",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기는 합니다.
마침내 휴식 시간이 끝나고, AI 멘트와 함께 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발표가 시작되고 포디움으로 입장하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를 들키지 않기 위해 마이크를 꽉 잡았는데, 마이크 무게도 생각보다 무거워서 아직까지도 어깨가 아프네요. 팀원들에게 출사표를 던져놓고, 그동안 준비해온 내용을 모두 쏟아냈습니다.
발표 세션
발표를 마치고
발표를 마치자 정말 후련했습니다. 수능 끝났을 때 느낌이랑 비슷하기도 하고, 좀 더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약간 버벅거림도 있어서 아쉬움도 있었고, 하고 나니까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좋은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워낙 큰 행사라 참가하는 것을 주저했었는데 시도조차 안 했다면 굉장히 아까웠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참가하지 않았다면 집에서 그냥 누워있었겠죠?𐨛 𐌅 ࠅ ヲ 𐨛 𐌅 ࠅ ヲ 𐨛 𐌅 ࠅ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계신 분께서는 기회가 온다면 꼭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 저도 무엇이든 기회가 생긴다면 계속 시도해보려구요.
망해도 안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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